2020/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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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페와 옛추억
OFFICE 여러분! 호치민에 도착하여 여행자들의 베이스캠프인 데탐 거리에 숙소를 정하고 시내 구경 중입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여기는 완전 살벌한 분위기. 그러나 우연히 보게 된 화방 풍경에 그런 것도 다 까먹어버렸음. 너무나 대단한… 이들의 실력. 그냥 학생들 같은데. 아…. 베트남 맥주.. 333(바바바)을 신나게 마시고 있습니다. 발리와 다른 점. 동네에 개가 보이지 않습니다. 베트남의 느낌은 마치 로봇 같습니다. 발리에서의 자유로운 로컬들과는 달리, 여기 로컬들은 뭘 해도 웃음만 나오네요!~ 중국 같은 느낌입니다. 분위기도 좀 살벌한 것 같고 저녁에는 우리나라 시장에서나 파는 잠옷들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여인들 때문에 웃겨 죽습니다. 젠장. 베트남. 쌀국수나 먹어야겠습니다. 반미 어쩌고 저쩌고 ..
2020.12.20 -
베트남항공과 연꽃
Beef or Fish? 매번 기내식이 제공될 때마다 선택 장애에 빠진다. 그래서 이번에는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다. 출국 때는 Beef, 귀국 때는 Fish를 선택하기로 한 것. 항공권을 검색하면서 이왕이면 하는 마음에 신형 항공기종을 찾았고 운 좋게 사이공으로 향하는 A350을 예약할 수 있었다. 기내도 넓고 서비스도 좋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물 한 잔 달랑 제공하는 국내 저비용항공사보다 요금이 더 저렴했다. 기내식을 맛있게 먹고 난 뒤 따듯한 차를 한 잔 마시려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모든 음료는 플라스틱 잔에 제공되었다. 그렇다 보니 유리컵은 사용을 해 본 적이 별로 없다. 찻 잔에 그려진 연꽃을 보고 있자니 베트남 여행이 실감 난다. 아무래도 감상용인 듯하다. – 베트남 항공 기내에서 2017..
2020.12.20 -
차 한 잔의 여유
몽환적인 물안개가 마을을 뒤덮고 나니, 한 치 앞도 보이질 않는다. 구불구불 길을 따라 오가는 흐몽족과 함께 길을 나선 여행자들의 모습이 살짝살짝 드러날 뿐이다. 이른 아침 사파는 물안개가 자욱하다. 그렇기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 뿌연 물안개가 걷혀야 비로소 제대로 된 사파의 풍경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안개를 동반한 먹구름이 찾아오더니 이내 장대 같은 빗줄기가 쏟아진다. 그냥 그렇게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따뜻한 차 한 잔과 아침 메뉴를 주문했다. 특별할 것 없는 메뉴로 아침식사를 하면서 바라보는 사파의 풍경은 몽환적이기만 하다. 맑은 날씨라면 더욱 아름다운 사파를 만날 수 있었겠지만 지금도 충분히 좋다. 비가 내리고 바람까지 불어대는 쌀쌀한 날씨, 따뜻한 차 한 잔으로 몸을 녹이고 잠시 여유를 만끽할..
2020.12.19 -
쉼표
2015년부터 시작된 라오스 취재, ‘저스트 고 동남아시아’ 편 라오스 업데이트를 마치고 또다시 일 년, 비로소 라오스만을 담은 ‘저스트 고 라오스’가 출간을 하게 되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오기 마련. 출간될 책을 보며 이렇게 글을 쓰고 있자니 이제야 실감이 난다. 라오스는 다른 여행지와는 달리 나에게 작은 쉼표가 되어 주었다. 조금은 느리게, 조금은 천천히… 또한 나는 선풍기조차 바람의 힘으로 돌아가던 라오스에서 오랜 시간 당연히 누리고 있었던 행복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방인의 눈으로 바라본 라오스, 그 소박함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아름다움을 전부 소개할 수는 없었지만 전달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노력했다. 라오스 여행을 준비하는 여행자들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 출간..
2020.12.18 -
길을 걷다가
썽태우가 멈춰 섰다. 출발하기 전부터 불안 불안하더니만 결국 말썽을 부린 것이다. 라오스 음악까지 틀어놓고 신나게 드라이브를 즐기던 그 순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내 쪽으로 기우는 차량. 깜짝 놀라 길 한쪽에 썽태우를 세우고 사태를 파악해본다. 오른쪽 타이어에 펑크가 났다. 장비 몇 개를 챙겨 능숙한 솜씨로 수리 모드에 돌입한 현지 친구를 뒤로하고 블루 라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차피 가는 길은 하나, 가만히 서서 기다리는 것보다는 마을 풍경도 구경해보기로 했다. 차를 타고 다닐 때는 몰랐는데 붉은 흙길이다. 딱딱한 아스팔트나 보도블록만 걷다가 흙길을 걸으니 걸을 때마다 스펀지처럼 푹푹 꺼지는 감촉이 나쁘지만은 않다. 게다가 흙길 중간중간 소박하게 살아가는 현지인들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고, 흙..
2020.12.18 -
동행
라오스 여행은 어색한 동행의 연속이다. 버스를 타든, 미니밴을 타든, 뚝뚝을 타든, 보트를 타든 간에 말이다. 때로는 침묵 속에서 몇 시간을 함께하기도 하고, 때로는 절친한 친구라도 된 것 마냥 수다스러워지기도 한다. 어떤 날은 4명, 어떤 날은 6명, 출발하는 차량 크기에 따라 어떤 날은 무리가 되기도 한다. 혼자 하는 여행이지만 온전히 혼자인 시간은 밥을 먹는 시간과 잠을 자는 시간 정도일 뿐이다. 어딜 가던 한데 모아 출발하려는 기사들 때문에 혼자여서 외롭거나 두려워할 일이 없다. 또다시 누군가를 만날 수 있고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이 많기 때문에 라오스의 밤은 언제나 설렌다. – Are you with someone? 2016년 6월 16일
2020.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