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끝(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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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랏
푸른 하늘 위로, 구름 위로 날아올라야 할 비행기. 트렁크를 끌고 공항버스나 공항철도를 타고 국제선 청사로... 탑승 수속, 면세점, 점점 그리워지는 풍경이다. 코로나19가 터진 후 해외여행이 당분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느끼게 된 뒤부터 나는 대한항공 주식을 사기 시작했다. 주식에 '주'자도 모르는 내가 특정 항공사 주식을 사게 된 이유는 나름의 보상 심리 같은 것이었다. 적어도 몇 년간 코로나19 전처럼 자유롭게 해외로 나가기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에 해외여행을 가고 싶을 때마다 조금씩이라도 대한항공 주식을 사 모아보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기를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항공권을 구입하듯이 3개월에 한 번, 어쩔 때는 1달에 한 번꼴로 모은 주식. 빨간색으로 바뀌어 훨훨 날아갈 것 같은 날도 있었..
2021.11.30 -
박살
이렇게 가끔씩 글을 쓰는 것을 나는 나름의 훈련이라고 생각한다. 블로그 포스팅으로 수익을 기대하는 것도 아니고 유명해지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내 삶의 기록을 적는 정도로만 여긴다. 그런데 요즘엔 이것조차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고 하다. 하루 종일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현실적인 걱정들, 어떤 날은 꿈에서까지 나를 괴롭힌다. 하루하루 숨을 쉬고는 있지만 정말 모르겠다. 코로나19로 완전히 박살난 여행작가의 삶. 나름의 대안과 방법을 찾아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다른 일을 찾아보려 해도 쉽지 않고 무엇하나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없다. 정말 오랜만에 이력서를 써 보았다. 나름 열심히 살아온 시간과 노력이 이력서에는 그저 한 줄짜리 경력(프리랜서 여행작가)에 지나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고 나니... 비록 ..
2021.11.29 -
잠정휴업
아마도 당분간은 일이 없을 것 같다.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이 힘들어지면서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직업군 중에 여행작가도 있다. 여행작가도 여러 타입이 있겠지만 나처럼 해외여행 가이드북을 작업하는 작가들은 무척이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터. 작가라는 직업이 어딘가에 소속된 것도 아니어서 대부분 프리랜서, 말이 좋아서 프리랜서지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프리랜서 지원은 아무것도 받을 수가 없다. 사각지대 중에서도 가장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에 속해져 있는 여행작가. 2020년 초까지 열심히 작업했던 책들이 하나둘 출간이 연기되고 취소되면서 이제는 언제쯤 다시 시작될 수 있을지 예상도 할 수 없을 지경이다. 부캐, 투잡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요즘, 나 역시 다른 일을 찾아야 할지 고민 중이다. 당연히 여행은 당분..
2021.01.14 -
ADIEU 2017
다시금 돌아온 일상. 한 달가량의 열중 모드에서 잠금 해제가 되었다. 달달한 믹스 커피 한 잔을 주고받으며 친구와 밀린 수다도 떨고 항상 작업하던 아이맥 앞에서 이것저것 살펴보고 있다. 그러고 보니 2017년도 어느덧 끝자락이다. 2016년 말부터 시작된 베트남 취재가 비로소 끝이 나고 이제는 정리만 남았다. 올 한 해 크고 작은 프로젝트들을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어서 기쁘다. 내년에는 일과는 상관없는 진짜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 새롭게 구상하고 있는 프로젝트도 술술 풀렸으면 한다. – 나 만큼이나 고생한 운동화여, adieu! 2017년 12월 29일
2020.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