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차이나(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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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잔의 여유
몽환적인 물안개가 마을을 뒤덮고 나니, 한 치 앞도 보이질 않는다. 구불구불 길을 따라 오가는 흐몽족과 함께 길을 나선 여행자들의 모습이 살짝살짝 드러날 뿐이다. 이른 아침 사파는 물안개가 자욱하다. 그렇기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 뿌연 물안개가 걷혀야 비로소 제대로 된 사파의 풍경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안개를 동반한 먹구름이 찾아오더니 이내 장대 같은 빗줄기가 쏟아진다. 그냥 그렇게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따뜻한 차 한 잔과 아침 메뉴를 주문했다. 특별할 것 없는 메뉴로 아침식사를 하면서 바라보는 사파의 풍경은 몽환적이기만 하다. 맑은 날씨라면 더욱 아름다운 사파를 만날 수 있었겠지만 지금도 충분히 좋다. 비가 내리고 바람까지 불어대는 쌀쌀한 날씨, 따뜻한 차 한 잔으로 몸을 녹이고 잠시 여유를 만끽할..
2020.12.19 -
쉼표
2015년부터 시작된 라오스 취재, ‘저스트 고 동남아시아’ 편 라오스 업데이트를 마치고 또다시 일 년, 비로소 라오스만을 담은 ‘저스트 고 라오스’가 출간을 하게 되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오기 마련. 출간될 책을 보며 이렇게 글을 쓰고 있자니 이제야 실감이 난다. 라오스는 다른 여행지와는 달리 나에게 작은 쉼표가 되어 주었다. 조금은 느리게, 조금은 천천히… 또한 나는 선풍기조차 바람의 힘으로 돌아가던 라오스에서 오랜 시간 당연히 누리고 있었던 행복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방인의 눈으로 바라본 라오스, 그 소박함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아름다움을 전부 소개할 수는 없었지만 전달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노력했다. 라오스 여행을 준비하는 여행자들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 출간..
2020.12.18 -
길을 걷다가
썽태우가 멈춰 섰다. 출발하기 전부터 불안 불안하더니만 결국 말썽을 부린 것이다. 라오스 음악까지 틀어놓고 신나게 드라이브를 즐기던 그 순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내 쪽으로 기우는 차량. 깜짝 놀라 길 한쪽에 썽태우를 세우고 사태를 파악해본다. 오른쪽 타이어에 펑크가 났다. 장비 몇 개를 챙겨 능숙한 솜씨로 수리 모드에 돌입한 현지 친구를 뒤로하고 블루 라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차피 가는 길은 하나, 가만히 서서 기다리는 것보다는 마을 풍경도 구경해보기로 했다. 차를 타고 다닐 때는 몰랐는데 붉은 흙길이다. 딱딱한 아스팔트나 보도블록만 걷다가 흙길을 걸으니 걸을 때마다 스펀지처럼 푹푹 꺼지는 감촉이 나쁘지만은 않다. 게다가 흙길 중간중간 소박하게 살아가는 현지인들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고, 흙..
2020.12.18 -
붓다파크
출발하려는 버스를 잡아탄 까닭에 잔돈도 준비를 못한 채 버스에 올랐다. 큰돈은 아니지만 버스에 타고 있던 아주머니들의 도움(5만 킵 짜리 지폐가 버스 반 바퀴를 돔)으로 요금을 냈다. 반나절 남짓 붓다파크를 구경하고 비엔티엔으로 돌아가는 길, 출발할 때 현지인들로 가득했던 버스가 돌아갈 때는 나를 포함한 몇몇 여행자들이 전부다. 혼자가 아니어서 천만다행. 빵빵한 에어컨과 적당한 덜컹거림, 땀으로 젖었던 티셔츠가 빠르게 말라간다. 노곤함과 나른함이 한대 엉켜 결국 잠이 들었다. – 비엔티엔 14번 버스에서 2016년 6월 1일
2020.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