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짱구 Canggu

2022. 10. 18. 08:06DESTINATION/Bali

서퍼들의 아지트, 이국적인 발리 짱구비치

멋진 배럴을 통과하는 서퍼들의 역동적인 모습, 서퍼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보았을 장면. 거기에 아름다운 석양을 감상하며 빈탕 맥주를 마실 수 있다면 분명 그곳은 천국일지 모르겠다. 검은 모래가 모래사장을 만들고 화이트 톤의 라임스톤으로 치장된 비치프런트 레스토랑들이 경쟁이라도 하듯 대나무로 만든 펜졸(깃발)을 길게 달고 있다. 발리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이국적인 풍경임에 틀림없다.

 

About Canggu by Kim Nak Hyun
Published on 18th October 2022

 

Canggu Beach. ⓒ Photo_Kim Nak Hyun

 


Local in Canggu Beach. ⓒ Photo_Kim Nak Hyun

 

히든플레이스의 변화

한때는 발리 최고의 히든 플레이스로 꽁꽁 숨겨져 있었지만 지금의 짱구는 하루 종일 서핑 보드를 들고 바다와 카페를 들락거리는 서퍼들과 이런 모습을 사진에 담으려는 사진작가들, 서퍼들의 친구, 연인, 가족들이 모여드는 거대한 서퍼들의 아지트가 되었다. 하루가 멀다고 새롭게 문을 여는 비치 클럽과 카페, 숙소들까지… 지금껏 알고 있던 발리와는 조금 다른 서퍼들의 플레이그라운드, ‘짱구(Canggu)’다. 짱구로 향하는 길은 운치있다. 발리 힌두 양식의 건물들이 인상적이다. 짱구는 발리의 서쪽 해안에 인접한 지역으로 쿠타와 스미냑에서 약 10Km가량 떨어진 해안가에 위치하고 있다. 복잡하고 번잡스러운 중심부와는 달리, 더욱 여유롭고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들과 서부 중심의 문화가 어우러져 또 다른 매력을 감추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짱구 지역은 거대한 블록 형태로 바투 볼롱(Batu Bolong), 브라와(Berawa), 에코 비치(Eco Beach), 세세(Seseh), 페레레난(Pererenan) 등의 작은 마을 단위로 다시 나뉜다. 짱구에 거주하는 외국인 빈티지한 풍경의 짱구 캐주얼한 레스토랑 그중 짱구의 매력인 에코 비치는 파도가 크고 거칠어 서퍼들의 인기 서핑 스폿으로 손꼽힌다. 이를 증명하듯, 매년 크고 작은 서핑 대회가 열리는데 대회 기간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서퍼들을 가까이서 만날 수도 있다. 짱구 지역 주변으로는 장기 서퍼들을 위한 저가 방갈로들과 인기 와룽(Warung_현지 식당)들이 자리하고 있어 유난히도 서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짱구는 발리에 거주하는 외국인 거주자(Expat)가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들을 위한 멤버십 짱구 클럽과 수입 식료품을 판매하는 짱구 델리, 소소한 부티크 상점들과 카페들도 여전히 익스팟들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Canggu Beach. ⓒ Photo_Kim Nak Hyun

 

서퍼들이 좋아하는 발리의 서핑 스폿인 짱구, 그래서 항상 서퍼들로 붐빈다. 사실, 나에게 짱구는 ‘넘어야 할 산’과 같은 존재였다. 발리에서의 서핑 라이프를 하루하루 일기처럼 끄적이던 그 때, 유일한 소통 창구이자 자랑거리는 다름 아닌 싸이월드였다. 지금처럼 블로그가 활성화되기 전,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이 등장하기 전에는 그랬다. 사진의 크기는 640, 480에  최적화되던 시절의 그때의 이야기다. 꾸따의 덤프 파도에서 매일같이 서핑을 하면서 실력을 키웠다. 짱구와 같은 스폿에서 서핑을 하는 게 목표가 되던 때였다. 서핑에 조금씩 자신감이 붙을 무렵, 짱구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강하고 빠른 파도는 어지간한 실력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 로컬 서퍼들과 호주, 일본 서퍼들 사이로 라인업을 해 파도를 기다렸다. 짱구는 서퍼들이 사이에서도 텃세가 심한 편이다. 실력이 있는 서퍼들이 몇 명만 있어도 나 같은 초보 서퍼들은 파도를 잡기는커녕 욕만 먹고 쫓겨나기 일수다.

 

Sufers in Canggu Beach. ⓒ Photo_Kim Nak Hyun

 

서퍼들은 서핑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무지 좋아한다. ‘이 구역은 니가 올 곳이 아니다. 꾸따로 돌아가려무나’라고 말하는 듯한 기분을 자주 느꼈다. 그렇게 좌절하고 구박받으면서 짱구에서 쫓겨나기를 수 십 번, 그럴 때마다 브라와 비치에서 마음을 달랬다. 한 번은 짱구에서 파도를 잡기 위해 패들링을 하던 도중 버텀 턴을 하던 중 호주 서퍼와 부딪칠 뻔한 적이 있었다. 누가 봐도 피할 의사가 없는 행동으로, 나는 본능적으로 덕 다이브를 하면서 물속으로 피했고 녀석의 보드 핀이 내 머리 위로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것을 목격했다. 물 위로 올라와 육두문자를 날렸고 함께 서핑을 하던 로컬 친구들까지 합세해 녀석을 바다에서 쫓아냈다. 물론 비매너적인 행동으로 바다에서 쫓겨났지만 녀석은 짱구는 떠나는 순간까지 화를 감추지 못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실력도 없는 것이…’


Surf in Canggu Beach. ⓒ Photo_Kim Nak Hyun
Surf in Canggu Beach. ⓒ Photo_Kim Nak Hyun

 

파도가 큰 날 짱구의 모습은 평온함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그 날이후 한동안 짱구에서 서핑을 하지 않았다. ‘실력도 없는 것이…’ 라며 퍼붙던 녀석의 말이 귓가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서핑이 아니라도 살다 보면 비슷한 경험을 하곤 한다. 특히 내가 그런 말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제아무리 멘탈이 좋다고 하더라도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하지만 반대로 내가 그런 말을 해야 하는 상황도 이해한다. 아무튼 그날의 아찔했던 경험은 나의 서핑 라이프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짱구 서퍼 한 명이 크게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다. 러시아였는지, 중국이었는지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보드 핀에 베어 큰 상처를 입고 병원으로 갔다는 것이었다. 중요한 것은 그 자리에 있던 서퍼들이 많았지만 누가 상처를 입혔는지 알아낼 수 없었고 부주의에 의한 부상 정도로 마무리되었다고 했다. ‘경고 한번 제대로 했구나!’ 그해에 나의 서핑 실력은 짱구에 갈 정도가 되지 못했다. 말처럼 쉽게 되지 않는 일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짱구 인근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며 서핑을 했다. 짱구를 정복하리라던 당찬 포부도 어느 순간 그냥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하게 변해갔다. 그럴 때마다 생각했다.

 

Canggu Beach. ⓒ Photo_Kim Nak Hyun

 

'그래, 꼭 서핑을 해야만 짱구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야!'

하루중일 해변 앞 벤치에 앉아서 서핑을 구경하는 재미도 솔솔하다. 여행자들이 주로 머무는 꾸따나 스미냑에서 짱구까지는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면 된다. 서핑 스폿이라고 해도 모든 서퍼들이 서핑을 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에코 비치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파도가 크고 거칠다. 중급 이상의 실력을 지닌 서퍼들, 발리의 서핑에 어느 정도 적응한 서퍼들에게 추천한다. 물론 서핑을 하지 않더라도 짱구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비치프런트 클럽에서 식사를 할 수 도 있고 바닷바람을 쐬며 잠시 여유를 만끽해도 좋다. 복잡한 꾸따 비치에서 벗어나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여유와 낭만을 만끽하고 싶다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랑하는 짱구 해변으로 지금 바로 발길을 돌려보자.

 

 

First Draft - 2017/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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