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차이나(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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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오후
종일 내리는 비를 피해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두커니 턱을 괴고 창 밖 풍경을 바라보기 좋은 날이다. 우산을 쓰고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과 쏜살같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질주하는 차량들. 한참 동안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자니 갑작스레 고향이 생각난다. 비는 이상하게도 떠나온 한국을 떠올리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래서일까, 비가 내리는 날이 싫다. 하지만 요즘처럼 무더운 더위가 계속되는 날에는 이렇게 내려주는 비가 반가울 따름. 더위도 식혀주고 고향 생각, 집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주니 오늘 비는 고맙다. 뜨거웠던 커피도 다 식어버리고 카페 안에 사람들도 하나둘 떠날 채비를 한다. 나도 슬슬 일어나야겠다. – 비 내리는 달랏 2018년 6월 3일
2020.12.26 -
ADIEU 2017
다시금 돌아온 일상. 한 달가량의 열중 모드에서 잠금 해제가 되었다. 달달한 믹스 커피 한 잔을 주고받으며 친구와 밀린 수다도 떨고 항상 작업하던 아이맥 앞에서 이것저것 살펴보고 있다. 그러고 보니 2017년도 어느덧 끝자락이다. 2016년 말부터 시작된 베트남 취재가 비로소 끝이 나고 이제는 정리만 남았다. 올 한 해 크고 작은 프로젝트들을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어서 기쁘다. 내년에는 일과는 상관없는 진짜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 새롭게 구상하고 있는 프로젝트도 술술 풀렸으면 한다. – 나 만큼이나 고생한 운동화여, adieu! 2017년 12월 29일
2020.12.22 -
잊지 못할 그 맛
그랬다. 무이네를 처음 찾아왔던 그때도 오늘처럼 이른 아침 데탐 거리 신카페 앞에서 슬리핑 버스를 탔다. 발리에서 메고 온 큼지막한 배낭 하나를 가슴에 품고 잠이 들었었다. 점심 무렵 무이네에 도착, 눈을 뜨고 일어나 보니 신카페 앞이었다. 점심 식사가 포함되었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버스에 탔던 몇몇 여행자들과 함께 쌀국수 한 그릇을 먹었다. 평상시 먹던 소고기 쌀국수 퍼 보(Pho Bo)가 아닌 닭고기 올라간 퍼 가(Pho Ga)였다. 배가 고파서였을까? 그때 먹은 퍼 한 그릇은 꽤나 오랫동안 기억 속에 남았고 맛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었다. 그리고 다시 오게 된 무이네. 아침 조식으로 다시 먹게 된 리조트의 퍼 가. 쌀국수는 역시 여전히 퍼 가 한 종류 뿐이다. 국물을 먹는 순간, 예전 그때의 기억이 ..
2020.12.21 -
새소리
아침부터 짜증 나게 울리는 스마트 폰 알람. 기계식 알람 소리 대신에 자연에서 띠 온 새 울음소리로 알람을 설정하고 산다. 가끔씩은 지하철이나 카페 등 알람이 울리지 말아야 할 공공장소에 울려 난처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바꾸진 않는다. 그런데 달랏의 평범한 숙소에서 새벽부터 웃지 못할 상황이 펼쳐졌다. 새벽부터 알람 소리가 울렸다. 잠결에 머리맡에 두고 있었던 스마트폰을 대충 잡아 꺼보려 하지만 그럴수록 알람 소리는 커져만 갔다. 알고 보니 창 밖에 나무에서 울어대는 진짜 새소리였다. 울음소리가 들릴 때마다 본능적으로 스마트 폰을 잡게 된 것이다. 아침이 밝아 오토바이와 차량, 인근에서 들려오는 공사 소음이 나기 전까지 새벽 내내 그렇게 나는 스마트 폰을 잡았다 놨다 비몽사몽, 알람 소리와 전쟁을 치렀다..
2020.12.21 -
신카페와 옛추억
OFFICE 여러분! 호치민에 도착하여 여행자들의 베이스캠프인 데탐 거리에 숙소를 정하고 시내 구경 중입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여기는 완전 살벌한 분위기. 그러나 우연히 보게 된 화방 풍경에 그런 것도 다 까먹어버렸음. 너무나 대단한… 이들의 실력. 그냥 학생들 같은데. 아…. 베트남 맥주.. 333(바바바)을 신나게 마시고 있습니다. 발리와 다른 점. 동네에 개가 보이지 않습니다. 베트남의 느낌은 마치 로봇 같습니다. 발리에서의 자유로운 로컬들과는 달리, 여기 로컬들은 뭘 해도 웃음만 나오네요!~ 중국 같은 느낌입니다. 분위기도 좀 살벌한 것 같고 저녁에는 우리나라 시장에서나 파는 잠옷들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여인들 때문에 웃겨 죽습니다. 젠장. 베트남. 쌀국수나 먹어야겠습니다. 반미 어쩌고 저쩌고 ..
2020.12.20 -
베트남항공과 연꽃
Beef or Fish? 매번 기내식이 제공될 때마다 선택 장애에 빠진다. 그래서 이번에는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다. 출국 때는 Beef, 귀국 때는 Fish를 선택하기로 한 것. 항공권을 검색하면서 이왕이면 하는 마음에 신형 항공기종을 찾았고 운 좋게 사이공으로 향하는 A350을 예약할 수 있었다. 기내도 넓고 서비스도 좋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물 한 잔 달랑 제공하는 국내 저비용항공사보다 요금이 더 저렴했다. 기내식을 맛있게 먹고 난 뒤 따듯한 차를 한 잔 마시려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모든 음료는 플라스틱 잔에 제공되었다. 그렇다 보니 유리컵은 사용을 해 본 적이 별로 없다. 찻 잔에 그려진 연꽃을 보고 있자니 베트남 여행이 실감 난다. 아무래도 감상용인 듯하다. – 베트남 항공 기내에서 2017..
2020.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