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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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작은 희망과 기대를 품고 살아가지만 그런 희망과 기대는 언제나 실망과 좌절로 돌아온다. 실망도 좌절도 빨리 회복해 다시금 작은 희망과 기대를 품는다. 하지만 반복되는 실망과 좌절이 쌓이면 쌓일수록 희망과 기대 역시 작아지고 결국엔 포기하고 만다. 희망과 기대를 품지 않는 다면, 굳이 실망과 좌절을 겪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난 아무런 희망도 기대도 하지 않는다. 2020년 11월 18일
2021.01.10 -
버려진 하루
하루가 버려지고 또다시 하루가 버려진다. 여행을 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버려지는 하루들이 모이면 모일수록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함이 커진다. 과연 다시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다시 책을 쓸 수 있을까,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물론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지만 예전처럼 여행 책 작업을 계속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럼 무엇을 해야 하나. 버려진 하루처럼 내 희망도 버려진 기분이다. 2020년 11월 3일
2021.01.10 -
취소
8월 25일 발리행 항공편이 운항을 취소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발리 여행은 또다시 연기가 되었다. 구글 지도에 표시된 호텔이며 레스토랑이며 코로나 19로 운영을 중지되거나 폐업을 한 곳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발리의 추억도 그렇게 하나둘 사라져 가고 있어 아쉽다. 당분간 발리는 잊고 살아야겠다. 아무쪼록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라는 수밖에. 2020년 6월 6일
2021.01.03 -
먹구름
어느덧 5월이다. 먹구름 가득한 2020년. 힘들게 개정작업을 끝낸 책들은 코로나 19로 폭망이고 향후 스케줄도 불투명하다. 올해 진행하려 했던 작업도 줄줄이 중지. 여행도 쉽지 않으니 딱히 해야 할 일이 없다. 하루하루 숨만 쉬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서 빨리 먹구름이 거치고 화창한 날이 오기를 바랄 뿐. 홈페이지 호스팅도 다시 연장했다. 좀 더 열심히 기록해야 하는데… 항상 그렇듯 마음뿐이다. 2020년 5월 8일
2021.01.03 -
시드름
여행을 할 수 없는 신세가 되니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다. 여행을 핑계로 요리조리 도망치거나 피해 갈 수 있는 나의 떠돌이 같은 삶의 변화가 찾아온 것이다. 긍정적인 변화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부정적인 변화다. 하루하루가 무료해지고 있다. 뚜렷한 목표의식도 에너지도 사라져 가고 있다. 이런 시기를 기회로 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의지할 것이 없어져버린 기분이랄까.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무엇인가 집중해야 하는데 생각보다 잘 되지 않는다. 화려하게 꽃망울을 틔우고 난 뒤 바닥으로 떨어져 시들어버린 꽃잎처럼 나도 점점 시들어 가고 있다. 2020년 4월 8일
2021.01.03 -
얼리버드
편하게 늦잠을 자도 되는 일요일, 이른 아침부터 컴퓨터를 켰다. 전날 무슨 이유인지 일찍 잠이 들었다. 아마도 피곤했겠지… 덕분에 해가 뜰 무렵 일어나버렸다. 동향으로 난 창문 사이로 따뜻한 햇살이 무차별 공격 퍼붓고 있다. 또다시 잠이 들 것 같지 않아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커피 포트에 물을 끓였다. 선물로 받은 것인지 사 온 것인지 모르지만 수북하게 쌓인 믹스커피들이 아직 많이 남았다. 진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니 정신이 번쩍, 때마침 좋아하는 노래도 플레이되고 따뜻한 햇살도 커튼 틈과 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방안에 오랜만에 온기가 돈다. – 얼리버드가 된 일요일 2020년 3월 22일
2021.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