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5)
-
초보여행자
부산에서 걷고 부산에서 먹고 부산에서 잔다.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시절에 한번 다녀왔던 기억이 전부인 부산이다. 먼 타국으로는 뻔질나게 여행을 다니지만 정작 국내 여행의 경험은 별로 없다. 부산에 왔지만 부산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니 한심할 따름. 가장 익숙한 백화점에 들러서 밥을 먹고 마트에서 간단한 도시락을 사다 호텔 방에서 맥주 한 캔을 마시면서 마무리를 한다. 멋진 뷰를 기대했지만 프로모션으로 예약한 객실의 뷰는 그냥 도로와 건물이 전부. 건물 틈 사이 영도대교가 살짝 보이지만 별 감흥은 없다. 재미없는 여행이 틀림없지만 어쩔 수 있으랴, 처음부터 완벽한 여행은 없으니 말이다. 시간이 나는 대로 틈틈이 부산을 둘러봐야겠다. - 이곳을 떠나는 그날까지, 아주 천천히.
2022.05.10 -
자갈치 시장_JAGALCHI MARKET
전날 8시가 조금 넘어서 잠이 들었다. 평상시 취침시간보다 일찍 잠이 든 이유는 오랜만에 술을 마셨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술을 마신 이유는 다음날이 휴일인 이유도 있겠지만 요 며칠 더워진 날씨에 치맥에 대한 갈증이 켜졌기 때문이다. 직장 동생이 자주 시켜먹는다고 하는 국제 통닭을 남포동에서 우연히 발견한 순간부터, 시원한 생맥주로 목을 축이고 본격적으로 치맥을 먹은 게 오후 4시 무렵이었다. 시원하고 청량한 생맥주는 좁은 식도를 따라 부럽고 빠르게 넘어갔다. 주문한 통닭은 어찌나 양이 많은지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아 그만큼 생맥주가 추가되는 분위기. 마실만큼 마시고 먹을 만큼 먹은 뒤 소화를 시킬 켬 숙소까지 걸어와 숙소에서 제공하는 생맥주를 또 마시기 시작했다. 취기가 오를 만큼 마신 뒤 방으로 돌아와..
2022.04.13 -
감포 Gampo
good engouh 잔잔할 것만 같던 바다, 평온할 것만 같던 바다가 조금씩 울렁울렁거리더니 이내 작지만 괜찮은 파도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달리던 차를 멈추고 연신 카메라 서터를 누르며 사진과 영상을 남겼다. 마치 아주 오래전, 파도를 찾아 발리 전역을 헤매던 그 시절처럼... 아침 기온이 연일 영하 7~10도를 오가던 2월의 어느 날, 다른 곳에 비하면 온도가 높았던 경주지만 그럼에도 살깃을 여미는 바람이 꽤나 차가웠다. 바닷가는 텅 비어 있었고 간혹 도로를 지나는 현지인들만 눈에 띌 뿐, 외지인들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이토록 아름답고 매력적인 바다를 나 혼자서만 만끽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서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진정한 블루에너지를 느끼게 된 시간. 2..
2022.03.01 -
휴게소
대로변에 위치한 한가로운 아니 운영이 되는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고요한 휴게소. 휴게소라는 간판이 없었더라면, 갈려고 했던 식당이 휴무일이 아니었더라면,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길을 제대로 찾아들었다면, 확률적으로 이곳을 일부러 찾아가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예정된 도착시간보다 훨씬 지체된 상황, 늦은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기 위해 찾은 휴게소. 주차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이곳을 찾은 가장 큰 이유였다. 아무튼 우연의 연속이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곳이다. 바다 풍경과 자장면 맛은 거기서 거기라지만 바다가 보이는 코 앞자리에서 자장면을 먹을 수 있는 경험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곳에서 나는 단돈 5000원에 짜장면을 먹으면서 지겨울 정도로 드넓은 바다를 바라보았다. 주문한 자장면이 나오기 전까..
2022.02.21 -
영도 Yeong Island
영도관광안내센터 인근 숙소에 짐을 풀었다. 짐이라고 해봤자 단출하다. 작은 백팩에는 방한용 장갑과 마스크, 노트북 정도가 전부고 차량 안에는 좋아하는 맥주 한 박스, 주전부리, 옷가지가 널브러져 있는 정도. 숙소에 짐을 풀고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한 통닭집에서 시원한 맥주와 바삭하게 구워낸 치킨을 먹고 돌아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시청하다 잠이 들었다. 알람을 꺼놓은 덕분인지 평소보다 한두 시간 더 잠을 잤다. 그래 봤자 오전 7시. 동이 틀 무렵 무의식적으로 창밖 풍경을 보았지만 특별함이 없는 객실 뷰. 이른 시간 출근하는 사람들과 차량이 드문드문 보일 뿐. 호텔 주변 영도 풍경이 문득 궁금해져서 점퍼와 모자를 급히 쓰고 객실을 나왔다. 호텔 로비에는 커피 향이 진동하고 이른 아침 식사..
2022.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