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16)
-
마법
그동안의 지친 몸과 마음이 한순간에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다. 짜디짠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나와 미지근해진 음료를 마시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틀어놓고 있자니 마치 마법처럼 순간이동을 한 기분이 든다. 발리에서 보낸 수많은 날들 중 하루를 보내는 기분. 이걸로 충분하다. 금방이라도 소나기가 쏟아질 것 같은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지만 뜨겁지 않아서, 바람이 불어서 좋다. 갈아입을 옷가지도 없어 대충 마를때까지 책을 읽으며 보낸 시간. 군데군데 남은 모래의 잔재들, 소금기 가득한 바닷물의 염도, 해변에서만 볼 수 있는 사람들의 행복한 표정까지. 오늘도 바다는 모두에게 마법을 부리고 있다. 부산에 온 뒤 처음으로 바다를 가까이에 두고 있다는 것이 행복해졌다. - 마법의 바다
2022.07.11 -
카페인
하루 세 번 마시는 커피, 새벽에 일어나서 출근하기 전에 마시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열심히 노동을 하는 중간에 마시는 믹스. 퇴근 후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시켜주는 달콤하고 시원한 아이스 헤이질럿 라떼. 가끔은 바닐라, 돌체, 카페 라떼...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마치 나만의 루틴처럼 반복된다. 하루 세 번의 카페인의 힘으로 그나마 버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루 세 번, 밥을 먹지 않아도 커피는 마시는 요즘.
2022.03.04 -
잠정휴업
아마도 당분간은 일이 없을 것 같다.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이 힘들어지면서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직업군 중에 여행작가도 있다. 여행작가도 여러 타입이 있겠지만 나처럼 해외여행 가이드북을 작업하는 작가들은 무척이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터. 작가라는 직업이 어딘가에 소속된 것도 아니어서 대부분 프리랜서, 말이 좋아서 프리랜서지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프리랜서 지원은 아무것도 받을 수가 없다. 사각지대 중에서도 가장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에 속해져 있는 여행작가. 2020년 초까지 열심히 작업했던 책들이 하나둘 출간이 연기되고 취소되면서 이제는 언제쯤 다시 시작될 수 있을지 예상도 할 수 없을 지경이다. 부캐, 투잡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요즘, 나 역시 다른 일을 찾아야 할지 고민 중이다. 당연히 여행은 당분..
2021.01.14 -
마일리지
마지막 여행을 다녀온 지 거의 일 년이다. 2019년 12월 다낭이 마지막이 될 줄이야. 코로나19가 지금처럼 오래갈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겠지만… 아무튼 이렇게 됐다. 11월까지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 12월이 되니 이상하게 떠나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코로나19로 인해 항상 부족하던 항공사 마일리지는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소비는 그대로지만 마일리지를 쓸 수 없으니 모이는 것은 당연. 항공권 취소로 다시 돌아온 마일리지까지 더하면 3~4번가량은 여행을 다녀올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소멸 마일리지도 꽤 된다. 내년으로 연장이 되겠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확인을 해봐야겠다. 만약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에 성공한다면, 마일리지는 어떻게 합쳐질까? 괜히 궁금해지는 1인. 2020년 12월 4일
2021.01.10 -
희망
작은 희망과 기대를 품고 살아가지만 그런 희망과 기대는 언제나 실망과 좌절로 돌아온다. 실망도 좌절도 빨리 회복해 다시금 작은 희망과 기대를 품는다. 하지만 반복되는 실망과 좌절이 쌓이면 쌓일수록 희망과 기대 역시 작아지고 결국엔 포기하고 만다. 희망과 기대를 품지 않는 다면, 굳이 실망과 좌절을 겪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난 아무런 희망도 기대도 하지 않는다. 2020년 11월 18일
2021.01.10 -
버려진 하루
하루가 버려지고 또다시 하루가 버려진다. 여행을 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버려지는 하루들이 모이면 모일수록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함이 커진다. 과연 다시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다시 책을 쓸 수 있을까,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물론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지만 예전처럼 여행 책 작업을 계속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럼 무엇을 해야 하나. 버려진 하루처럼 내 희망도 버려진 기분이다. 2020년 11월 3일
2021.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