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2020. 12. 17. 22:34BLAH BLAH

 

머리 위로 살랑이던 바람의 감촉이 살 끝에 전해진다. 멈춰있던 모든 것을 뒤흔들기 시작한다. 춤이라도 추게 할 모양이다.  남태평양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은 하루 종일 뜨거웠던 몸과 마음을 식혀주기 충분하다. 망망대해 한가운데 서 있던 배는 그토록 기다리던 바람을 만나자, 이내 감춰뒀던 닻을 올려 항해를 시작한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바다를 벗 삼아 그물 해먹에 몸을 기대어 앉아 바람을 마주해본다. 이글거리던 태양은 구름 뒤에 숨어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작은 솜털 구름들은 서로서로를 의지해 뭉게구름으로 만개하고 있다. 바다는 바람이라는 친구를 만나 신나게 춤을 추고 순풍을 만난 리프앤디보어호는 전속력으로 항해 중이다.

 

– 남태평양 야사와 군도에서

2016년 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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