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8. 20:22ㆍDESTINATION/Vietnam
느긋하게 즐기는 하롱베이 크루즈
잔잔함은 이윽고 평온함을 가져다준다. 평온함이 지속되는 요즘, 자꾸만 하롱베이의 잔상과 기억이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곳에서의 하룻밤이었다. 바다라고 하기엔 너무도 잔잔하고 호수라고 하기엔 너무나 거대했던 하롱베이를 제대로 둘러볼 수 있어서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대단한 크루즈는 아니었지만 그래서 더욱 좋았다. 받을 디딜 때마다 ‘삐걱’ 거리는 나무 발코니에 서서 변화무쌍한 기암괴석들을 구경하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일이 없었다. 여행자들을 위해 마련된 소소한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어 있지만 강요하는 일은 없었다.
About Halongbay Cruise by Kim Nak Hyun
Published on 8th October 2022
베트남 북부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운 선택 중 하나가 바로 하롱베이 크루즈였다. 수 없이 많은 크루즈 중 한 곳을 고르는 것 자체가 큰 미션의 시작이었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정보들의 대부분은 일일투어 또는 패키지 상품으로 다녀온 리뷰였기에 더욱 힘들었다. 업체 리스트를 뽑고 각각의 특징과 장단점들을 파악한 뒤 홈페이지를 살펴보고 부족한 부분은 직접 문의했다. 그렇게 선택한 파라다이스 크루즈 Paradise Cruise.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운 선택이 되었다.
하롱베이는 베트남 북동부 지역에 위치한 세계 8대 비경에 손꼽히는 명승지로 하노이에서 동쪽으로 약 170km 위치에 있다. 비취색의 고요한 바다와 수면 위로 솟아오른 3,000여 개의 기암괴석들이 만들어 내는 환상적인 해안 절경은 중국의 계림과 비교되어 ‘바다의 계림’이라고도 불린다. 199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지정 자연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보통 여행은 선박을 타고 즐기는 크루즈 형태로 진행된다. 간단한 음료와 다과 정도가 제공되는 소형 크루즈부터 고급 다이닝과 숙박 시설까지 갖춘 고급 크루즈까지 여행자의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크루즈의 폭이 넓다. 당일로 다녀오는 크루즈를 포기하고 굳이 1박 2일의 크루즈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하롱베이의 아침'을 경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크루즈 일정은 대부분 대동소이하다. 오전에 하노이를 출발해 점심 무렵 하롱베이에 도착하고 해당 크루즈 업체의 사무실에서 잠시 대기를 하다가 정해진 선박에 승선한다. 일정에 따라 1~4 일 동안 업체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하롱베이 인근 섬과 동굴 등을 방문하고 수상 액티비티를 즐기는 형태다. 주류를 제외한 모든 식사와 음료는 크루즈 요금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다 대부분이다.
크루즈 승선 : 이른 아침 호텔까지 마중 온 픽업 차량을 타고 하노이를 출발, 점시 무렵 할롱베이 인근 선착장에 도착한 뒤 30분가량 음료와 다과를 먹으며 크루즈 승선을 기다렸다. 함께 크루즈에 참여하는 여행자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크루즈 관계자와 함께 승선할 크루들은 분주해졌다. 1박 2일 일정 동안 필요한 물품들과 여행자들의 트렁크를 옮기느라 정신이 없다. 출항 시간이 다가오자 크루즈 명과 각자의 이름이 적힌 명찰을 목에 걸고 차례대로 선박에 승선을 했다. 1박 2일 동안 지내게 될 선실을 배정받고 간단한 오리엔테이션도 진행됐다. 항상 그렇지만 크루즈의 첫 시작은 언제나 서먹서먹하다. 아는 사람들보다는 모르는 사람들이 훨씬 많으니 말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대부분이 아시아 여행자다. 출발을 알리는 방송과 함께 선착장을 서서히 벗어나는 크루즈, 사방으로 스쳐 지나가는 기암괴석들이 하롱베이를 더욱 신비롭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카메라를 꺼내 풍경들을 담아보고 싶었지만, 셔터 소리를 내면서 마구잡이로 사진을 찍는 것도 뭐랄까. 왠지 매너가 아닌 것 생각이 들어 참기로 했다.
런치 타임 : 크루즈선에 승선해 배정된 선실에 짐을 놓고 잠시 쉬다 나오니 이번 크루즈를 함께할 선원들의 소개가 진행 중이다. 안전과 관련된 사항도 이어진다. 별 관심은 없지만 잠자코 기다린다. 이윽고 기다리던 런치 타임이다. 점심은 간단한 뷔페식으로 각종 해산물과 과일, 샐러드 등이 준비되고 단품 요리도 주문이 가능했다. 주류를 제외한 1박 2일 동안의 모든 식사가 크루즈 요금에 포함되어 있으니 그냥 행복하게 먹기만 하면 된다.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아늑한 선실 : 식사를 마치고 노곤한 몸을 이끌고 내가 도착한 곳은 뽀송한 침구가 깔린 선실 침대였다. 선실 문을 열고 마치 한 마리의 새가 된 것처럼 뛰어올라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누군가 그랬다. '침대는 과학'이라고. 넓게 쓸 수 있어서 편리한 트윈룸, 크루즈의 선실 역시 트윈룸으로 예약을 했다. 선실은 발코니와 침실, 욕실로 구분되며 하루 종일 불편함없이 지낼 수 있을 만큼 완벽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가장 먼저 무선 인터넷에 접속을 하고 속도를 살폈다. 속도가 괜찮다. 침대에 누워 음악을 틀어놓고 선창 밖으로 이어지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이번 여행이 무척 설레기 시작했다. 그 사이 잠이 들었나보다. 한 시간 가량 달콤한 잠을 자고 일어났다. 마치 고급 호텔에 머무는 듯 한 착각이 들 정도로 배가 안정적이다. 롤링 현상도 느끼기 힘들었다. 오전부터 시작된 여정이 피곤하긴 했나 보다. 발코니로 나왔더니 2층 갑판에서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렸다.
수상 마을 : 크루즈에 딸린 작은 배를 타고 수상 마을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이 시작될 모양이었다. 수상 마을이 가까워지자 마을 구경을 원하는 여행자들이 하나둘 갑판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몇 가지 준비된 액티비티도 진행되는 듯했지만 나는 그냥 갑판에서 구경을 하기로 했다. 수상 마을 방문은 일정에 속한 프로그램일 뿐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는다. 한 시간 가량 수상 마을 방문이 마무리되자 이내 해넘이를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로 이동했다. 처음에는 내가 타고 있는 선박밖에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주변 크루즈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하롱베이 석양 : 원목이 깔린 2층 갑판은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할 수 있는 테이블과 선 베드가 놓여있었고 중앙에는 작은 미니 바도 마련되어 있었다. 미니 바를 차지하고 형용색색 칵테일을 마시며 하롱베이를 감상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칵테일 한 잔을 주문했다. 요 며칠 비가 내렸는데 다행히 오늘은 비가 내리지 않아 해넘이를 구경할 수 있을 거라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희망이 생겼다. 그러나 역시나 흐린 날씨때문에 기대했던 것 만큼은 아니었다. 사진기를 꺼내 연신 셔터를 누루다보니 어디선가 맛있는 음식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그 사이 베트남 쿠킹 클래스가 펼쳐진 것이다. 갖가지 재료들을 설명하며 요리를 시연하는 요리사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생선을 이용한 요리였다. 요리가 완성되고 조금씩 맛볼 수 있는 기회도 주어졌다. 맛보다는 즐거운 경험이다. 요리에 정신을 팔다 보니 배가 어디로 가는지 알아채지 못했다. 갑판을 비롯해 크루즈 내 크루들이 바빠지기 시작하고 이내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떠 올랐던 해가 저물어 간다.
코스로 즐기는 디너 : 저녁 식사 시간이 되면 선박은 정박지에 닻을 내린다. 사람들이 멋지게 옷을 차려입은 뒤 식사 시간에 맞추어 레스토랑으로 이동한다. 선박 내 레스토랑은 어느새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디너 메뉴는 코스 요리로 제공된다. 애피타이저와 메인으로 나온 스테이크는 부드럽고 두툼했다. 달콤한 디저트까지 눈 깜짝할 사이에 식사가 끝나가고 있었다. 맛도 훌륭하지만 크루즈 비용에 포함된 디너라고 무시하기엔 너무나 만족스럽다. 마지막으로 시원한 베트남 맥주로 마무리를 하고 나니 몸도 마음도 나른해지기 시작했다. 식사 시간이 끝나자 사람들은 크루즈 내 여기저기로 흩어졌다.
하롱베이의 아침 : 1박 2일의 하롱베이 크루즈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선상에서 맞이하는 아침때문이었다. 전날 해넘이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아침을 보고 싶었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이 아니었나 보다. 선상, 갑판 등 거의 모든 곳으로 사람들이 나와있었다. 해가 뜨기엔 다소 이른 시간, 선상 한쪽에서는 선원들이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들고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조금씩 밝아지는 하늘과 어둠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는 풍광들이 신비롭게만 느껴졌다.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자 하롱베이는 몽환적인 분위기로 변하고 있었다. 일출 풍경만큼이나 크루즈에서의 조식도 잊을 수 없다. 답답한 호텔 조식당이 아닌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하롱베이를 바라보며 먹는 조식이라니. 다시 떠올려도 행복한 순간이다.
티톱섬 등반 : 조식을 먹고 난 뒤에는 작은 해변과 전망대가 있는 티톱섬과 동굴을 방문해 자유 시간을 보냈다. 티톱섬의 전망 대까지는 가파른 계단을 따라 10여 분 이상 올라야 하는데 체력적으로 조금 힘들지만 정상에서 바라보는 하롱베이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섬과 해변에서 산책을 즐기고 다시 선상으로 돌아와 여유롭게 남은 시간을 즐기고, 신비로운 하롱베이의 기암괴석들을 뒤로하며 전날 출발했던 선착장으로 향하는 크루즈. 어느덧 하롱베이 크루즈를 마무리할 시간이다.
한 폭의 동양화를 떠올리게 하는 절경에 감동하고 바위제비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몽환적인 아침을 만끽할 수 있었던 1박 2일간의 하롱베이 크루즈 여행, 지친 몸과 마음이 저절로 힐링됨을 느낄 수 있었던 잊지 못할 시간이었다.
데이 크루즈 VS 1박 2일 크루즈, 어떤 걸 선택할까?
투어 프로그램에 따라 하롱베이를 당일로 둘러볼 수도 있고 선상에서 1박 이상 머물 수도 있다. 최근에는 단연 숙박 크루즈가 인기다. 쾌적한 선실을 갖춘 크루즈선은 대부분 범선이라 부르는 전통적인 스타일이며 최근에는 현대적인 럭셔리 선박도 등장했다. 하노이에서 하롱베이까지 왕복 이동 시간을 고려한다면 데이 크루즈로는 하롱베이를 제대로 만끽하기 어렵다.
1박 2일 크루즈 투어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점?
하롱베이 크루즈는 1박 2일 프로그램이 가장 인기 있다. 일반적으로 티톱섬과 승솟 동굴 또는 주변 동굴을 둘러보고 수상마을과 해양 액티비티를 즐기는 구성이다. 여행자들이 주로 하노이의 호텔에 머물기 때문에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며 왕복 교통비가 포함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선실 요금은 2인 기준이며 혼자 이용할 경우 싱글 차지(Single Charge)가 있다. 크루즈 요금에 따라 선실의 컨디션이나 식사 수준이 달라지는데 저렴한 크루즈의 경우 선상 또는 투어 프로그램이 부실하고 추가 요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또 오래된 선박을 이용하면 안전 상의 문제가 일어날 수 있으니 너무 저렴한 투어보다는 US$150~250정도의 투어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US$400이상의 호화 크루즈도 인기가 많다. 예약 전 홈페이지를 통해 프로그램 일정과 선박의 크기와 형태를 파악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롱베이로 가는 방법
여행사의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 시
당일 투어는 물론 1박 2일, 2박 3일 등 다양한 투어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하노이 거리에서 쉽게 예약 가능하며 요금은 방문하는 관광 명소와 옵션, 액티비티 등에 따라 달라진다. 여행사의 투어를 이용할 경우 하롱베이까지의 교통편이 무료 또는 유료로 제공된다.
투어 프로그램 선택 시 체크리스트
◎ 크루즈 선박은 이용 후기나 홈페이지 자료를 검색하여 선박의 컨디션을 미리 파악하자.
◎ 혼자서 투어를 하는 경우 싱글 차지가 발생하는지, 싱글 룸이 있는 선박인지 확인한다.
◎ 티톱섬 포함 여부(당일 투어는 섬에 들르지 않는 경우가 많음)를 알아보고 원치 않는 액티비티는 과감히 제외한다.
◎ 식사, 음료, 주류 요금과 더불어 하롱베이 내 관광지 입장료가 포함인지 불포함인지 확인한다.
개별적으로 이동하는 경우
하롱베이까지 가려면 가장 먼저 하노이 또는 지역 버스 터미널에서 바이짜이(Bãi Cháy)까지 버스를 타고 간다. 그런 다음 다시 택시나 오토바이 등 다른 교통수단으로 갈아타고 하롱베이행 배를 탈 수 있는 바이짜이 선착장으로 이동해야 한다. 하노이의 잘럼 버스 터미널, 르엉옌 버스 터미널에서 바이짜이 터미널까지는 3~3시간 30분 가량 소요되며 요금은 18만~25만 동 정도다.
TIPS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여행자라면 대중교통을 이용해 개별적으로 하롱베이를 둘러볼 수 있다. 이럴 경우 각각의 버스 터미널에서 하롱베이행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현지에 도착해서는 크루즈 선박과 투어 상품을 직접 선택해야 한다. 개별적인 방법보다는 왕복 교통편과 식사, 선박 등 하롱베이를 둘러보는데 필요한 필수 요소들이 포함된 1일 투어 또는 1박 이상의 투어로 둘러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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