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감포 Gampo

2022. 10. 19. 17:16INSIDE

경주 바다에서 만난 파도

잔잔할 것만 같던 바다, 평온할 것만 같던 바다가 조금씩 울렁울렁거리더니 이내 작지만 괜찮은 파도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달리던 차를 멈추고 연신 카메라 서터를 누르며 사진과 영상을 남겼다. 마치 아주 오래전, 파도를 찾아 발리 전역을 헤매던 그 시절처럼... 

 

About Gampo by Kim Nak Hyun

Published on 19th October 2022

 

good engouh. ⓒ Photo_Kim Nak Hyun

 

 


겨울 바다 

아침 기온이 연일 영하 7~10도를 오가던 2월의 어느 날, 다른 곳에 비하면 온도가 높았던 경주지만 그럼에도 살깃을 여미는 바람이 꽤나 차가웠다. 바닷가는 텅 비어 있었고 간혹 도로를 지나는 현지인들만 눈에 띌 뿐, 외지인들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이토록 아름답고 매력적인 바다를 나 혼자서만 만끽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서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진정한 블루에너지를 느끼게 된 시간. 2022년 나에게 가장 큰 행운이라면 바로 이 순간이 아닐까. 겨울이기에 가능했겠지만 그래도 좋았다. 

 

경주지도. ⓒ Photo_Kim Nak Hyun
울산을 지나 경주 감포리로 가는 길 ⓒ Photo_Kim Nak Hyun

 

지리적으로 내가 위치한 이곳이 어디인지 궁금하다. 여행을 준비하는 내내 고민이었던 위치다. 지금 머물고 있는 감포리에서 경주 시내까지는 약 35km, 차로 40여 분 거리다. 작은 땅 덩어리를 다시 동, 서, 남, 북으로 나누는 이유가 궁금하지만 굳이 나누자면 동경주(East Gyeongju) 정도. 멍청한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길을 놓쳐 동경주 I.C가 아닌 울산 문수 I.C에서부터 올라온 상황이었다. 덕분에 해안로를 따라 드라이브 아닌 드라이브를 즐기게 되었는데. 파도 구경, 바다 구경하다 보니 도착 예정시간보다 훨씬 더 오래 걸려 숙소에 도착했다. 요즘처럼 바쁘고 정신없이 지내는 날이면 어김없이 로망이 가득 담긴 책을 꺼내 상상 여행을 떠나곤 한다. '바다가 보이는 작은 오두막, 해먹에 누워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놓고 아무 생각하지 않기'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아끼는 책에 실린 드림하우스의 이미지를 보다가 마음먹고 떠난 여행, 이번 여행의 목적은 '쉼'. 조금 그럴듯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힐링'이다. 보통 하루정도 주어지던 휴일이 대체 휴무일과 설 근무 등으로 평소보다 조금 더 긴 휴일을 얻게 된 것이다. 짧지만 그래도 늘어난 휴일, 무엇을 할까. 집에서 책을 꺼내 읽다가 필이 꽂혀 계획한 여행이었다. 여행 계획의 첫 시작은 숙소를 잡는 것부터. 평소 찜해두었던 호텔에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하면서 바다가 보이는 객실을 예약해두고 짐들을 챙겨 떠났다. 문제의 책도 챙겼다.

 

문제의 책 ⓒ Photo_Kim Nak Hyun

 

요즘처럼 바쁘고 정신없이 지내는 날이면 어김없이 로망이 가득 담긴 책을 꺼내 상상 여행을 떠나곤 한다. '바다가 보이는 작은 오두막, 해먹에 누워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놓고 아무 생각하지 않기'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아끼는 책에 실린 드림하우스의 이미지를 보다가 마음먹고 떠난 여행, 이번 여행의 목적은 '쉼'. 조금 그럴듯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힐링'이다. 보통 하루정도 주어지던 휴일이 대체 휴무일과 설 근무 등으로 평소보다 조금 더 긴 휴일을 얻게 된 것이다. 짧지만 그래도 늘어난 휴일, 무엇을 할까. 집에서 책을 꺼내 읽다가 필이 꽂혀 계획한 여행이었다. 여행 계획의 첫 시작은 숙소를 잡는 것부터. 평소 찜해두었던 호텔에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하면서 바다가 보이는 객실을 예약해두고 짐들을 챙겨 떠났다. 문제의 책도 챙겼다.

 

 

 

깨끗하게 부서지는 파도 ⓒ Photo_Kim Nak Hyun

 

감포리 인근에 다달았을 때부터 느껴지는 파도의 움직임, 분명 쉽게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끊임없이 몰려오는 파도들을 그냥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 그동안의 피곤함이 파도처럼 사라져 갔다. 하루 종일 파도만 보고 있으라고 해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잡생각을 접고 우선 숙소에 짐부터 풀기로 했다. 짐을 풀고 가장 먼저 침대에 누워 테라스 밖으로 보이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바다가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전에는 바다를 코 앞에서 볼 수 있는 비치프런트(Beach Front)나 씨뷰(Seaview), 오션뷰(Oceanview) 등의 숙소를 선호했는데 요즘엔 바다가 멀리 보이는 곳을 일부러 찾는다. 뭐랄까, 한 발치 뒤에서 바라보는 것이 바다로 들어가고 싶은 강한 욕망을 그나마 줄여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멀리서 또는 높이서 바다를 보면 파도의 움직임과 모양을 그대로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처럼 파도가 올라와주는 경우에는 특히나 그렇다. 체크인을 하고 다시 호텔 밖으로 나온 것은 해가지고 난 뒤 바다가 보이지 않게 된 이후였다.

 

오션뷰에서 바라본 일출 풍경 ⓒ Photo_Kim Nak Hyun

 

눈앞에 펼쳐진 풍경만 놓고 본다면 이곳이 경주인지 강원인지 헷갈릴 정도다. 이른 새벽 기상이 습관이 되어서 인지, 휴일도 어김없이 새벽에 눈을 떴다. 커튼 사이로 비치는 붉은 실루엣, 일어날까 말까 고민을 하다 결국 커튼을 열고 테라스로 나왔다. 온몸을 엄습하는 냉기에 깜짝 놀라 재빨리 샤워가운을 걸치고 테라스에 섰다. 커피 포트의 물이 다 끓었을 무렵, 본격적으로 동이 터 올랐다. 너무 일찍 일어난 이유일까, 갑자기 배가 고파왔다.

 

 

Booking.com

 

이른 아침이라 인근의 편의점을 빼면 아직 영업을 하는 곳이 없다. 편의점까지 다녀올까도 생각했지만 너무 추워 포기. 그냥 객실에 들어와 어제 먹다 남은 케이크를 퍼먹기 시작했다. 그리곤 냉장고에 있던 커피우유를 꺼내 벌컥벌컥 마셨다. 충분한 당과 카페인을 흡수하고 나니 이제야 살 것 같은 기분이었다. TV를 틀고 NCSI 미드를 보다가 반신욕을 하기 위해 욕조에 물을 받았다. 물이 받아지는 동안 사발면 하나를 끓였다. 이처럼 완벽한 조화는 없다. 생각해보면 어제도 같은 상황이었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 바다를 보며 파도를 체크하고 그것을 영상에 담고 얼은 몸을 녹이려 따뜻한 커피와 달콤한 케이크를 먹고 사발면을 한 그릇 뚝딱 그다음 반신욕을 즐겼다. 마지막으로 오전에 행동들을 블로그에 기록한다. 이 모든 일들이 오전 6~9시 사이, 토스트를 사러 가기 전까지 벌어진 일이다. 제대로 된 아침이 먹고 싶었다. 인근 토스트 전문점에서 포장을 해와서 호텔에서 먹기로 했다.

 

감포 앞바다 ⓒ Photo_Kim Nak Hyun

 

토스트 가게가 위치한 봉길대왕암해변까지 이어지는 해안로를 따라 부서지는 파도, 멋진 세트의 파도들이 수십 번, 수백 번, 수천번 들어왔다. 서핑을 할 수는 없지만 아쉬움을 달래고자 들어오는 파도만 연신 영상에 담았다. 강하게 부는 바람과 추위에 못 견딜 때까지 그렇게 한동안 해변에 서서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담은 영상들... 얼마나 떨고 있었던지 호텔에 돌아오자 몸이 녹으며 콧물이 흘러내렸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겠지만 언젠가 한 번쯤 '바닷가가 보이는 곳'에서 살고 싶은 나만의 꿈이 있다. 국내외 여행을 하면서 나만의 기준으로 별점을 주거나 점수를 주면서 후보지를 담아내곤 하는데 파도를 보고 있자니 감포 앞바다를 후보지에 넣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와 파도에 애착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유년 시절 형성된 바다와 파도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 때문일지 모른다. 그때 그 기억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따뜻하게 구워진 토스트와 커피를 마시고 있자니 5성급 호텔의 조식이 부럽지 않다. 더욱이 바다를 바라보면서 먹는 것이라 그런지 평범한 토스트가 더욱 맛있게 느껴진다. 체크아웃까지 남은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 짐을 챙겨 체크아웃을 했지만 마음은 여전히 감포 앞바다에 남아있나 보다. 바다가 더욱 잘 보이는 해안가로 차를 몰아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감포리 바다를 마음껏 만끽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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