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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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
꿈보다 해몽이란 말이 있다. 발리에 오기 전 퇴사를 했다. 정확히 말하면 퇴사를 하고 발리에 왔다. 물론 퇴사 직후엔 베트남 여행을 했다. 베트남 살이라고 하기엔 그렇지만 아무튼 그랬다. 퇴사란 나에겐 실패라는 의미다. 말이 좋아 퇴사지, 결국 적응 또는 남들처럼 버티지 못해 그만둔 것이다. 내 인생은 언제나 그랬다. 학교도 중퇴, 회사도 퇴사. 뭐 하나 끝까지 해본 적이 없다. 그런 면에서 10년, 20년, 30년 근속이란 정말 레전드다. 또 하나의 허상이 여기 또 있다. 노매드. 말이 좋아 노매드이지 정작은 백수다. 돈? 회사 다니면 열심히 일하면 한 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 통장에 꽂혔다. 노매드? 허상이다. 아무리 해봐라 매달 돈이 꽃이나. - 디지털 노매드를 꿈꾸는 백수
2023.06.21 -
재발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여행작가라는 타이틀은 잠시 내려놓게 되었다. 이제는 직장인이 되어 열심히 뺑이치고 있다. 휴일과 월급날을 기다리면서. 지난 10여년간 단절되었던 사회생활 경력을 다시 이어보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나이 많은 신입은 어디에서나 반가운 대상이 아니다. 누군들 이런 상황이 좋기만 하겠냐. 프리랜서 여행작가라는 불안정하고 불안한 삶이 정규직 직장인이 되어 여러모로 안정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국민연금도 되살아 나고 건강보험료도 오르고 연말정산도 해야 한다. 무작정 반가운 것은 아니다. 이제 겨우 회복된 일상. 그런데 자꾸만 떠나고 싶어지는 이유는 뭘까? 격리 면제, 출입국 규정, 항공노선과 관련된 각종 뉴스를 볼 때마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이 과연 이곳인지 궁금해진다. 또다시 불안한 상..
2022.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