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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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자수 나무 아래
뜨거운 모래사장, 강렬하게 쏟아지는 태양을 흠뻑 흡수하며 해변을 걷다 마주한 야자수 한 그루. 그 나무 아래 자리를 잡고 앉아본다. 짠내가 약간 섞인 바닷바람이 머리칼이 흩날리고 하얀 백사장은 적당히 식어 좋은 감촉을 선물한다. 바다 가까이로 조금씩 다가가는 커플. 그늘과 태양 사이에 걸쳐 태닝을 하는 커플, 들어오는 바닷물을 피해 해변을 걷는 사람. 드론을 날려 항공 샷을 찍는 사람까지. 야자수 그늘 아래 앉아 미케 비치를 바라보고 있자니, 바다를 즐기는 방법이 각양각색이다. 그런데 아까부터 먹다 남은 수박으로 페이스 스크럽을 하는 현지 아저씨에게 해변의 모든 사람들의 눈이 고정되어 있다. 효과가 있는 걸까. 아무튼 오늘처럼 날씨가 좋은 날이면 미케 비치는 역시나 만인의 놀이터가 된다. 슬슬 물이 차오..
2021.01.01 -
태풍이 지나간 뒤
항공편이 지연, 결항이다. 태풍 ‘나크리(Nakri)’의 영향으로 베트남 중부 지역이 난리다. 태풍의 영향으로 날씨도 계속 흐리고 비가 내렸다. 무사히 공항에 도착, 비를 뚫고 숙소에 도착했다. 점점 강해지는 빗줄기에 식사도 그냥 근처에서 해결했다. 비행의 피곤함, 그간의 피로가 쌓여서였는지 그냥 잠이 들었다. 그리고 눈을 뜬 이른 아침. 검은 먹구름 사이로 해가 보일 듯 말 듯. 얼마 후 언제 그랬냐는 듯, 태풍은 지나가고 해가 떴다. 태풍이 지나간 뒤라 그런지 하늘은 쾌청, 어제 입었던 긴팔을 집어던지고 아침부터 반팔에 선블럭을 바르고 바다로 나갈 준비다. – 베트남 나짱에서 2019년 11월 13일
2021.01.01 -
저스트고 베트남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베트남 취재를 시작한 것이 2016년 이맘때니 말이다. 출판사와 나 모두가 서둘러야 할 이유가 없었던 책이었다. 덕분에 긴 호흡으로 베트남을 마주할 수 행복했다.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의 길고 긴 작업을 별 탈없이 마무리할 수 있어 다행이다. 마지막 교정과 저자 프롤로그를 보낸 지 3주가 흘렀고 드디어 책이 나왔다. 더뎠지만 결국 나왔다. 그 사이 박항서 축구 감독과 각종 TV 방송 프로그램 덕분에 베트남의 인지도가 높아졌다. 높아진 인기만큼 책도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 발리, 말레이시아, 라오스, 베트남. 다음은 어디로 가야 할까? 책이 나오니 또다시 행복한 고민에 빠져든다. - 따끈한 신간을 받고서 2018년 12월 2일
2020.12.27 -
프롤로그
자유와 개방의 물결로 격변하던 시기에 찾았던 베트남은 왠지 모르게 차갑고 딱딱하게 느껴졌지만 변 화의 바람과 함께 나날이 성장해 가고 있는 최근의 베트남은 예전과 달리 따뜻하고 부드러운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전쟁의 아픔을 이겨 내고 오늘도 부지런히, 억척같이 하루를 보내는 베트남 사람들. 때로는 미지의 세계처럼, 때로는 가까운 이웃사촌처럼 닮은 듯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베트남을 소개합니다. 여행지로서 베트남은 정말 특별합니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지형적인 특성 때문에 지역마다 기후는 물 론 사람들의 기질과 음식, 문화에서도 차이가 납니다. 세련된 도시의 모습을 하고 있는 호찌민을 여행하다가 고원 지대의 달랏으로 가면 같은 나라를 여행하고 있는 게 맞나 싶을 만큼 사람들의 모습과 풍경 이 달라지고, 푸른..
2020.12.26 -
비 내리는 오후
종일 내리는 비를 피해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두커니 턱을 괴고 창 밖 풍경을 바라보기 좋은 날이다. 우산을 쓰고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과 쏜살같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질주하는 차량들. 한참 동안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자니 갑작스레 고향이 생각난다. 비는 이상하게도 떠나온 한국을 떠올리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래서일까, 비가 내리는 날이 싫다. 하지만 요즘처럼 무더운 더위가 계속되는 날에는 이렇게 내려주는 비가 반가울 따름. 더위도 식혀주고 고향 생각, 집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주니 오늘 비는 고맙다. 뜨거웠던 커피도 다 식어버리고 카페 안에 사람들도 하나둘 떠날 채비를 한다. 나도 슬슬 일어나야겠다. – 비 내리는 달랏 2018년 6월 3일
2020.12.26 -
ADIEU 2017
다시금 돌아온 일상. 한 달가량의 열중 모드에서 잠금 해제가 되었다. 달달한 믹스 커피 한 잔을 주고받으며 친구와 밀린 수다도 떨고 항상 작업하던 아이맥 앞에서 이것저것 살펴보고 있다. 그러고 보니 2017년도 어느덧 끝자락이다. 2016년 말부터 시작된 베트남 취재가 비로소 끝이 나고 이제는 정리만 남았다. 올 한 해 크고 작은 프로젝트들을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어서 기쁘다. 내년에는 일과는 상관없는 진짜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 새롭게 구상하고 있는 프로젝트도 술술 풀렸으면 한다. – 나 만큼이나 고생한 운동화여, adieu! 2017년 12월 29일
2020.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