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예보
일기예보를 비웃기라도 하듯 아침부터 먹구름이 가득 하늘을 뒤덮더니 강한 바람이 불고 처마 밑으로 굵은 빗줄기가 두둑 두둑 쏟아지기 시작한다. 이내 사람들은 발길을 재촉하며 어디론가 쏜살같이 사라져 간다. 나의 일상은 변함없이 지루하기만 하지만 자연은 오늘도 조금씩 조금씩 자신들의 속도로 변화를 가져가고 있다. 건조하게 말라가던 땅과 그 위에 뿌리를 내린 생명체들은 오늘 내리는 단비를 자양분으로 싹을 띄우고 꽃을 피울지도 모르겠다. 언제 바다에 들어간 지 기억을 하지 못할 정도로 오래되어 내 몸은 건조해져만 간다. 틀려도 좋으니 내 삶을 예측할 수 있는 인생 예보가 있으면 좋으련만. – 그사이 내리던 비가 그치고 하늘은 맑아졌다. 2020년 3월 15일
2021.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