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16)
-
취소
8월 25일 발리행 항공편이 운항을 취소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발리 여행은 또다시 연기가 되었다. 구글 지도에 표시된 호텔이며 레스토랑이며 코로나 19로 운영을 중지되거나 폐업을 한 곳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발리의 추억도 그렇게 하나둘 사라져 가고 있어 아쉽다. 당분간 발리는 잊고 살아야겠다. 아무쪼록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라는 수밖에. 2020년 6월 6일
2021.01.03 -
먹구름
어느덧 5월이다. 먹구름 가득한 2020년. 힘들게 개정작업을 끝낸 책들은 코로나 19로 폭망이고 향후 스케줄도 불투명하다. 올해 진행하려 했던 작업도 줄줄이 중지. 여행도 쉽지 않으니 딱히 해야 할 일이 없다. 하루하루 숨만 쉬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서 빨리 먹구름이 거치고 화창한 날이 오기를 바랄 뿐. 홈페이지 호스팅도 다시 연장했다. 좀 더 열심히 기록해야 하는데… 항상 그렇듯 마음뿐이다. 2020년 5월 8일
2021.01.03 -
시드름
여행을 할 수 없는 신세가 되니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다. 여행을 핑계로 요리조리 도망치거나 피해 갈 수 있는 나의 떠돌이 같은 삶의 변화가 찾아온 것이다. 긍정적인 변화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부정적인 변화다. 하루하루가 무료해지고 있다. 뚜렷한 목표의식도 에너지도 사라져 가고 있다. 이런 시기를 기회로 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의지할 것이 없어져버린 기분이랄까.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무엇인가 집중해야 하는데 생각보다 잘 되지 않는다. 화려하게 꽃망울을 틔우고 난 뒤 바닥으로 떨어져 시들어버린 꽃잎처럼 나도 점점 시들어 가고 있다. 2020년 4월 8일
2021.01.03 -
아침의 향
향수를 즐겨 뿌리는 타입은 아니지만 가끔씩 아침의 향을 담은 향수가 있었으면 할 때가 있다. 그러나 이 향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설명을 할 수 없다. 철저히 혼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인지도 무척 궁금하지만 아무튼 이른 아침에 하루를 시작하는 날에는 어김없이 아침의 향을 맡게 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도시보다는 시골로 갈수록 이 향의 깊이는 깊어지는 것 같다. 과거 나에게 아침의 향기는 근면 성실함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이른 아침에 일을 시작하고 남들보다 일찍 잠자리에 드는 무척이나 단순하고 반복적 일상은 금세 지루해져 갔다. 한번 그 생활에 익숙해지면 쉽사리 새로운 도전을 하기 힘들어진다. 잘 짜인 하루 스케줄을 소화하고 나면 또다시 하루가, 한주가 지나간다. 눈 깜짝할 사이..
2021.01.03 -
얼리버드
편하게 늦잠을 자도 되는 일요일, 이른 아침부터 컴퓨터를 켰다. 전날 무슨 이유인지 일찍 잠이 들었다. 아마도 피곤했겠지… 덕분에 해가 뜰 무렵 일어나버렸다. 동향으로 난 창문 사이로 따뜻한 햇살이 무차별 공격 퍼붓고 있다. 또다시 잠이 들 것 같지 않아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커피 포트에 물을 끓였다. 선물로 받은 것인지 사 온 것인지 모르지만 수북하게 쌓인 믹스커피들이 아직 많이 남았다. 진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니 정신이 번쩍, 때마침 좋아하는 노래도 플레이되고 따뜻한 햇살도 커튼 틈과 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방안에 오랜만에 온기가 돈다. – 얼리버드가 된 일요일 2020년 3월 22일
2021.01.03 -
인생예보
일기예보를 비웃기라도 하듯 아침부터 먹구름이 가득 하늘을 뒤덮더니 강한 바람이 불고 처마 밑으로 굵은 빗줄기가 두둑 두둑 쏟아지기 시작한다. 이내 사람들은 발길을 재촉하며 어디론가 쏜살같이 사라져 간다. 나의 일상은 변함없이 지루하기만 하지만 자연은 오늘도 조금씩 조금씩 자신들의 속도로 변화를 가져가고 있다. 건조하게 말라가던 땅과 그 위에 뿌리를 내린 생명체들은 오늘 내리는 단비를 자양분으로 싹을 띄우고 꽃을 피울지도 모르겠다. 언제 바다에 들어간 지 기억을 하지 못할 정도로 오래되어 내 몸은 건조해져만 간다. 틀려도 좋으니 내 삶을 예측할 수 있는 인생 예보가 있으면 좋으련만. – 그사이 내리던 비가 그치고 하늘은 맑아졌다. 2020년 3월 15일
2021.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