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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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
이토록 한가하고 여유로운 토요일이 있었던가, 의도하지 않았던 한가로운 토요일 오후를 맞이하니 뭐랄까. 적응이 되지 않는다. 항상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다가 오늘처럼 마땅히 할 것이 없으니 이상하다 못해 불안하다. 이 여유를 조금 더 길게 누리고 싶은데, 시간은 이상하리만큼 빨리 흘러간다. 요즘 들어 시간에 대한 갖가지 망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다. 뭐하나 제대로 정리, 마무리는 하지 않고 일만 벌여가는 상황이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딱히 없으니 답답할 뿐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세상의 시간은 조금씩 느리다. 세상의 시간에 맞추는 게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래도 내심 나와 잘 맞는 세상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토요일 오후 별 생각을 다하는구나. 2019년 11월..
2021.01.01 -
사파리 노예
한동안 스마트폰 걱정 없이 살고 있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용량의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늘어만 가는 사진과 동영상의 압박 속에서 매일 반복적으로 삭제를 시도. 하지만 이마저도 어느 순간 여의치가 않아졌다. 게다가 부주의로 인해 디스플레이 액정까지 여기저기 금이 가고 나니 더 이상 사용하기에 어려움이 생겼다. 새로운 폰으로 바꾸어야 하는 상황. 오매불망 눈팅만 하다가 드디어 찾아낸 아이폰. 하루 온종일 씨름을 하다가 결국 겟! 엄청난 용량에 당분간 걱정은 하지 않을 듯. 2019년 6월 29일
2020.12.30 -
수선
아쉽게도 찢어진 상태를 사진으로 담아두질 못했다. 아무튼 해져버린 반바지를 동네 세탁소에 맡겼다. 해진 부위를 보고선 한 참을 웃는 세탁소 아저씨. 아저씨 실력을 잘 알고 있는지라… 물론 그냥 버려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입었던 옷이지만 수선까지 해서 입으려고 하는 이유는 갑작스레 떠오른 발리에서의 추억 때문이었다. 매년 여름이 오면 커다란 트렁크에서 여름 옷가지들을 꺼내는데 많은 옷들 중에서 요 놈만 보고 있으면 발리에서 지내던 그때가 생각난다. 내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시간들이라 더욱 소중하고 그립나 보다. 당시 나는 더 이상 까맣게 될 것 같지 않은 피부색에 헐렁이는 보드 숏, 민소매를 입고서 살았다. 무려 18개월 동안 말이다. 일상이라고 해봤자 매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서핑 스폿에서 서핑을..
2020.12.24 -
통증
한동안 잊고 지냈던 오른쪽 어깨 통증이 재발했다. 과거 회전근 파열로 고생 아닌 고생을 했었는데… 파열 부위는 치료로 어느 정도 회복되었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새벽 찌를 듯한 통증으로 잠에서 깬 채 그대로 우두커니 침대에 앉아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어떡하지? 오른팔을 쓸 수 없다면, 아침부터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서핑은커녕 일상생활도 힘들어지는데…”다시 잠이 들 때까지 어깨를 주물렀다. 아침이 오고 다행히 통증은 완화되었다. 그래도 불안하다. 당분간은 오른손으로 하던 일을 왼손으로 해야겠다. 예전처럼 미친 듯 연습해야겠다.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통증 2018년 3월 25일
2020.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