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가
2020. 12. 18. 16:25ㆍBLAH BLAH
728x90
썽태우가 멈춰 섰다. 출발하기 전부터 불안 불안하더니만 결국 말썽을 부린 것이다. 라오스 음악까지 틀어놓고 신나게 드라이브를 즐기던 그 순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내 쪽으로 기우는 차량. 깜짝 놀라 길 한쪽에 썽태우를 세우고 사태를 파악해본다. 오른쪽 타이어에 펑크가 났다. 장비 몇 개를 챙겨 능숙한 솜씨로 수리 모드에 돌입한 현지 친구를 뒤로하고 블루 라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차피 가는 길은 하나, 가만히 서서 기다리는 것보다는 마을 풍경도 구경해보기로 했다. 차를 타고 다닐 때는 몰랐는데 붉은 흙길이다. 딱딱한 아스팔트나 보도블록만 걷다가 흙길을 걸으니 걸을 때마다 스펀지처럼 푹푹 꺼지는 감촉이 나쁘지만은 않다. 게다가 흙길 중간중간 소박하게 살아가는 현지인들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고, 흙냄새, 풀냄새도 맡아볼 수 있다. 장작을 태우는 연기와 밥 짓는 냄새가 하늘 높이 풍기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을 졸졸 쫓아다니는 강아지, 그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도망치는 닭 무리까지 동물농장이 따로 없다. 빠르게 지나치면 보이지 않을 것들이 짧은 순간이지만 펼쳐진다.
– 방비엥을 걷다가
2016년 6월 24일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