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리
2020. 12. 21. 12:45ㆍBLAH BLAH
728x90
아침부터 짜증 나게 울리는 스마트 폰 알람. 기계식 알람 소리 대신에 자연에서 띠 온 새 울음소리로 알람을 설정하고 산다. 가끔씩은 지하철이나 카페 등 알람이 울리지 말아야 할 공공장소에 울려 난처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바꾸진 않는다. 그런데 달랏의 평범한 숙소에서 새벽부터 웃지 못할 상황이 펼쳐졌다. 새벽부터 알람 소리가 울렸다. 잠결에 머리맡에 두고 있었던 스마트폰을 대충 잡아 꺼보려 하지만 그럴수록 알람 소리는 커져만 갔다. 알고 보니 창 밖에 나무에서 울어대는 진짜 새소리였다. 울음소리가 들릴 때마다 본능적으로 스마트 폰을 잡게 된 것이다. 아침이 밝아 오토바이와 차량, 인근에서 들려오는 공사 소음이 나기 전까지 새벽 내내 그렇게 나는 스마트 폰을 잡았다 놨다 비몽사몽, 알람 소리와 전쟁을 치렀다. 일정도 없는 평온한 아침, 평상시 보다 더 일찍 일어나 새소리가 들으며 지난밤 숙소 주인아주머니가 가져다 놓은 보온병에서 식지 않은 뜨거운 물에 커피를 마셔본다. 새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마음의 여유가 생겼나 보다.
– 9월 베트남 달랏에서
2017년 9월 2일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