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H BLAH(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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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향
향수를 즐겨 뿌리는 타입은 아니지만 가끔씩 아침의 향을 담은 향수가 있었으면 할 때가 있다. 그러나 이 향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설명을 할 수 없다. 철저히 혼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인지도 무척 궁금하지만 아무튼 이른 아침에 하루를 시작하는 날에는 어김없이 아침의 향을 맡게 된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도시보다는 시골로 갈수록 이 향의 깊이는 깊어지는 것 같다. 과거 나에게 아침의 향기는 근면 성실함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이른 아침에 일을 시작하고 남들보다 일찍 잠자리에 드는 무척이나 단순하고 반복적 일상은 금세 지루해져 갔다. 한번 그 생활에 익숙해지면 쉽사리 새로운 도전을 하기 힘들어진다. 잘 짜인 하루 스케줄을 소화하고 나면 또다시 하루가, 한주가 지나간다. 눈 깜짝할 사이..
2021.01.03 -
얼리버드
편하게 늦잠을 자도 되는 일요일, 이른 아침부터 컴퓨터를 켰다. 전날 무슨 이유인지 일찍 잠이 들었다. 아마도 피곤했겠지… 덕분에 해가 뜰 무렵 일어나버렸다. 동향으로 난 창문 사이로 따뜻한 햇살이 무차별 공격 퍼붓고 있다. 또다시 잠이 들 것 같지 않아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커피 포트에 물을 끓였다. 선물로 받은 것인지 사 온 것인지 모르지만 수북하게 쌓인 믹스커피들이 아직 많이 남았다. 진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니 정신이 번쩍, 때마침 좋아하는 노래도 플레이되고 따뜻한 햇살도 커튼 틈과 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방안에 오랜만에 온기가 돈다. – 얼리버드가 된 일요일 2020년 3월 22일
2021.01.03 -
인생예보
일기예보를 비웃기라도 하듯 아침부터 먹구름이 가득 하늘을 뒤덮더니 강한 바람이 불고 처마 밑으로 굵은 빗줄기가 두둑 두둑 쏟아지기 시작한다. 이내 사람들은 발길을 재촉하며 어디론가 쏜살같이 사라져 간다. 나의 일상은 변함없이 지루하기만 하지만 자연은 오늘도 조금씩 조금씩 자신들의 속도로 변화를 가져가고 있다. 건조하게 말라가던 땅과 그 위에 뿌리를 내린 생명체들은 오늘 내리는 단비를 자양분으로 싹을 띄우고 꽃을 피울지도 모르겠다. 언제 바다에 들어간 지 기억을 하지 못할 정도로 오래되어 내 몸은 건조해져만 간다. 틀려도 좋으니 내 삶을 예측할 수 있는 인생 예보가 있으면 좋으련만. – 그사이 내리던 비가 그치고 하늘은 맑아졌다. 2020년 3월 15일
2021.01.03 -
저스트고 말레이시아
작년부터 시작된 말레이시아 취재가 마무리되고 개정판 작업도 무사히 끝이 났다. 오랜 기다림 끝에 카카오프렌즈 라이언 캐릭터로 표지를 갈아입고 저스트고 말레이시아 2020-2021이 출간이 되었다. 정통 가이드북 표지가 아무래도 익숙하지만 스페셜 에디션인 만큼 이번엔 귀여운 캐릭터로 작업이 되었다. 배경으로는 페트로나스 트윈타워와 KLCC 공원, 국립 모스크가 처리되었고 음료를 마시는 라이언과 야자수 잎을 들고 그늘을 만들어주는 콘이 그려져 있다. 야자수와 선글라스, 스카프의 패턴이 열대 남국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여행 가이드북 시장이 예전보다는 힘들어졌지만 그럼에도 작가, 편집자, 출판사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원고를 다듬고 사진을 고르고 교정을 보다 보면 언제 끝이 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
2021.01.02 -
미케 비치 서핑
그것도 파도라고 한 시간 남짓 탔더니 손목부터 목, 허리, 어깨까지 뻐근하다. 정말 오랜만에 또다시 바다에 들어갔다. 역시나 오랜만에 하는 패들링은 힘들다. 밖에서 봤을 때는 조류도 없어 보이고 별 것 없을 것 같던 바다, 막상 들어오니 파도를 넘기느라 정신이 없다. 제대로 된 파도는 오지 않고 힘없이 부서지는 파도만 무한정 반복. 아마 제대로 된 놈이 왔어도 못 탔을 듯 하지만… 그래도 미케 해변의 파도를 느껴 본 것으로 조금은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낭에 언제 다시, 얼마나 오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집 안에 처박힌 서프보드 하나 가져다 놓을까 생각 중이다. 나중에 언제든 미케 비치에 오면 탈 수 있도록 말이다. – 11월 23일, 다낭 미케 비치에서 2019년 11월 23일 HTML..
2021.01.02 -
요거트
조식 때 먹는 요거트 3~4, 개인적으로 사 먹는 요거트 4개. 하루 8~10개는 먹는 듯하다. 베트남 요거트는 참 맛있다. 요거트를 먹으면서 여행 중 탄산음료를 먹는 일이 적어졌다. 매일 아침 반갑게 말을 걸어주던 호텔 직원들도 체크 아웃을 한다고 하니 정성스레 요거트 하나를 만들어가져 왔다. 요거트는 좋아하는 것 같아서 마지막으로 주는 선물이란다. 친절도 하지. 보통 여행자와는 달리 귀찮은 일만 만드는 나인데… 그럼에도 싫은 내색 한 번 하지 않는다. 물론 나도 그런 마음을 알기에 연장을 하면서까지 이곳에 머물고 있다. 바람도 불고 날씨도 좋고. 이제 떠나도 될 것 같다. — 맛있는 요거트를 마시면서, 다낭에서 2019년 11월 21일
2021.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