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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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자유와 개방의 물결로 격변하던 시기에 찾았던 베트남은 왠지 모르게 차갑고 딱딱하게 느껴졌지만 변 화의 바람과 함께 나날이 성장해 가고 있는 최근의 베트남은 예전과 달리 따뜻하고 부드러운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전쟁의 아픔을 이겨 내고 오늘도 부지런히, 억척같이 하루를 보내는 베트남 사람들. 때로는 미지의 세계처럼, 때로는 가까운 이웃사촌처럼 닮은 듯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베트남을 소개합니다. 여행지로서 베트남은 정말 특별합니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지형적인 특성 때문에 지역마다 기후는 물 론 사람들의 기질과 음식, 문화에서도 차이가 납니다. 세련된 도시의 모습을 하고 있는 호찌민을 여행하다가 고원 지대의 달랏으로 가면 같은 나라를 여행하고 있는 게 맞나 싶을 만큼 사람들의 모습과 풍경 이 달라지고, 푸른..
2020.12.26 -
비 내리는 오후
종일 내리는 비를 피해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두커니 턱을 괴고 창 밖 풍경을 바라보기 좋은 날이다. 우산을 쓰고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과 쏜살같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질주하는 차량들. 한참 동안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자니 갑작스레 고향이 생각난다. 비는 이상하게도 떠나온 한국을 떠올리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래서일까, 비가 내리는 날이 싫다. 하지만 요즘처럼 무더운 더위가 계속되는 날에는 이렇게 내려주는 비가 반가울 따름. 더위도 식혀주고 고향 생각, 집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주니 오늘 비는 고맙다. 뜨거웠던 커피도 다 식어버리고 카페 안에 사람들도 하나둘 떠날 채비를 한다. 나도 슬슬 일어나야겠다. – 비 내리는 달랏 2018년 6월 3일
2020.12.26 -
커피
길고 길었던 베트남 원고를 탈고했다. 그래봤자 1차지만. 원고 제의를 받고 거의 2년만이다. 취재를 끝내고 돌아와 원고를 정리하는 사이 또 다시 변해버린 정보들. 취재 준비를 하던 때만해도 과연 끝이 올까했는데 막상 오고나니 할일이 없어져버렸다. 노트북, 카메라, 외장하드, 마우스도 오랜만에 잠자기 모드로 돌입했다. 나도 오랜만에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나만의 시간을 만끽하고 있다. 2018년 3월 17일
2020.12.22 -
잊지 못할 그 맛
그랬다. 무이네를 처음 찾아왔던 그때도 오늘처럼 이른 아침 데탐 거리 신카페 앞에서 슬리핑 버스를 탔다. 발리에서 메고 온 큼지막한 배낭 하나를 가슴에 품고 잠이 들었었다. 점심 무렵 무이네에 도착, 눈을 뜨고 일어나 보니 신카페 앞이었다. 점심 식사가 포함되었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버스에 탔던 몇몇 여행자들과 함께 쌀국수 한 그릇을 먹었다. 평상시 먹던 소고기 쌀국수 퍼 보(Pho Bo)가 아닌 닭고기 올라간 퍼 가(Pho Ga)였다. 배가 고파서였을까? 그때 먹은 퍼 한 그릇은 꽤나 오랫동안 기억 속에 남았고 맛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었다. 그리고 다시 오게 된 무이네. 아침 조식으로 다시 먹게 된 리조트의 퍼 가. 쌀국수는 역시 여전히 퍼 가 한 종류 뿐이다. 국물을 먹는 순간, 예전 그때의 기억이 ..
2020.12.21 -
새소리
아침부터 짜증 나게 울리는 스마트 폰 알람. 기계식 알람 소리 대신에 자연에서 띠 온 새 울음소리로 알람을 설정하고 산다. 가끔씩은 지하철이나 카페 등 알람이 울리지 말아야 할 공공장소에 울려 난처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바꾸진 않는다. 그런데 달랏의 평범한 숙소에서 새벽부터 웃지 못할 상황이 펼쳐졌다. 새벽부터 알람 소리가 울렸다. 잠결에 머리맡에 두고 있었던 스마트폰을 대충 잡아 꺼보려 하지만 그럴수록 알람 소리는 커져만 갔다. 알고 보니 창 밖에 나무에서 울어대는 진짜 새소리였다. 울음소리가 들릴 때마다 본능적으로 스마트 폰을 잡게 된 것이다. 아침이 밝아 오토바이와 차량, 인근에서 들려오는 공사 소음이 나기 전까지 새벽 내내 그렇게 나는 스마트 폰을 잡았다 놨다 비몽사몽, 알람 소리와 전쟁을 치렀다..
2020.12.21 -
신카페와 옛추억
OFFICE 여러분! 호치민에 도착하여 여행자들의 베이스캠프인 데탐 거리에 숙소를 정하고 시내 구경 중입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여기는 완전 살벌한 분위기. 그러나 우연히 보게 된 화방 풍경에 그런 것도 다 까먹어버렸음. 너무나 대단한… 이들의 실력. 그냥 학생들 같은데. 아…. 베트남 맥주.. 333(바바바)을 신나게 마시고 있습니다. 발리와 다른 점. 동네에 개가 보이지 않습니다. 베트남의 느낌은 마치 로봇 같습니다. 발리에서의 자유로운 로컬들과는 달리, 여기 로컬들은 뭘 해도 웃음만 나오네요!~ 중국 같은 느낌입니다. 분위기도 좀 살벌한 것 같고 저녁에는 우리나라 시장에서나 파는 잠옷들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여인들 때문에 웃겨 죽습니다. 젠장. 베트남. 쌀국수나 먹어야겠습니다. 반미 어쩌고 저쩌고 ..
2020.12.20